[무수옥] 졸깃졸깃 씹히는 설렁탕


도봉산을 오르는 들머리에 해당하는 수 많은 동네들 중에 서울의 북쪽 끝인 도봉동에 ‘무수골’이란 이름을 가진 동네가 있다. 동네이름인 ‘무수’를 한자로 표기하면 ‘無愁’즉 ‘근심 없는 마을’이란 뜻이 된다. 무수골은 서울 하늘 아래에 있는 동네이기는 하지만 개천을 따라 산으로 향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논과 밭이 나오고 밤나무가 무성한 숲이 펼쳐지는 전혀 서울 같지 않은 풍경을 가진 동네이다. 무수골 매표소를 통과한다면 보문산장을 거쳐 우이암으로 오르게 된단다.

무수골의 진입로에 해당하는 언저리 동네의 골목 깊숙한 곳에 ‘무수옥’이란 옥호를 가진 식당이 있다. 무수골과 마찮가지로 ‘근심이 없는 집’쯤으로 해석을 하면 되겠다. 그래서인지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대가 이어지는 동안에도 꾸준히 손님이 찾아드는 식당으로 자리매김을 했단다.

파찌아빠가 무수옥에 대한 첩보를 접하게 된 것은 혜인아빠를 통해서 였다. 혜인아빠의 아버지인 혜인할아버지께서 소시적에 서울에서 한량스럽게 한 시대를 보내신 분이시라 서울의 구석구석에 쳐 박혀 있는 연식이 제법 오래된 식당에 대해서는 도통을 하신 분이시다. 그런 연유로 파찌아빠는 혜인아빠를 통해서 제법 훌륭한 첩보를 곧잘 얻어내곤 한다. 혜인아빠의 첩보에 의하면 무수옥은 식당과 정육점을 함께 하는 식당으로 한우만을 사용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식당이란다. 점심 때는 주로 식사메뉴인 설렁탕, 내장탕, 육회비빔밥 등이 팔리고, 저녁 때는 등심이나 육회, 수육을 안주삼아 술을 마셔주로 오는 손님들이 제법 있단다. 식사손님은 식당의 홀에 자리를 잡고, 고기손님은 안쪽의 별채로 안내 되어지기도 한단다.

무수옥이 위치한 도봉동이 한쪽으로 치우친 동네이기는 하지만 파찌아빠가 수시로 도봉산엘 들락거리는 까닭에 아예 못가볼 만한 위치도 아니다.정릉산방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강남에 가는 품이나 도봉동으로 가는 품이나 서로 비슷할 것도 같다.

혜인아빠에 따르면 이 집의 설렁탕에 들어있는 고기는 다른 집 처럼 고기의 결과 직각으로 얇게 저며서 내주질 않고 고기의 결을 살려 뭉텅썰어 내준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질기지가 않고 촉촉한 느낌의 고기를 씹어줄 수 있단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고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는 식당이라는 판단이다. 고기의 결을 살려서 칼질을 한다는 것은 양질의 고기에서나 기대할 수 있는 썰기이기 때문이다. 파찌아빠는 당연히 설렁탕을 주문했다. 역시나 혜인아빠의 말마따나 집에서 육개장을 끓일 때의 스타일의 쇠고기가 들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안으로 대충 들여다 봐서는 양지와 함께 우둔살, 사태살 등이 섞인 듯 했다. 어쨌거나 씹어주는 맛이 좋은 쇠고기가 들었음은 분명했다. 설렁탕의 국물 색은 억지로 하얀색을 입히지 않고 기름이 둥둥 뜬 상태의 뽀얀색이다. 어찌보면 종로의 이문설렁탕의 국물과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별도의 곱배기 메뉴가 안보이는지라 파찌아빠는 추가로 소면을 청해서 먹었다. 공기밥이나 소면을 추가해도 별도의 값을 안 받는지 나중에 계산할 때 그 값이 얹혀져 있질 않았다.

앞 자리에 앉은 인물이 주문을 한 것은 육회비빔밥이다. 냉면그릇에 어린아이 주먹만한 육회가 담겨서 별도의 공기밥과 함께 제공이 됐다. 6천원 이란 가격을 감안하다면 육회의 양이 그리 작지는 않았다. 육회에 밥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좋지만 반찬으로 딸려 나온 무채나물을 함께 넣고 비벼 먹는 것이 식감이 한결 나았다. 딸림으로 설렁탕 국물이 제공이 되니 육회밥비빔밥을 주문하면 먹어주기에 따라서는 육회비빔밥과 설렁탕을 동시에 먹어주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혜인아빠의 이어지는 첩보에 의하면 등심을 먹어주는 손님은 대개 별채에 따로 마련된 방으로 안내되어 진단다. 한우등심을 180g에 2만1천원이면 서울시내에서 먹어줄 수 있는 가격중에서는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안타깝게도 파찌아빠가 직접 먹어보지를 못해 제공되는 등심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으니 더 이상 왈가왈부를 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혹시나 나중에라도 등심을 먹어준다면 그 때 다시 말을 이어 주도록 하겠다. 일단은 육회를 안주삼아 소주를 마셔준 후 식사로 내장탕을 먹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조만간 도봉산에 갈 일이 생긴 파찌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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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무수옥’ 찾아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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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는길 : 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 600-4. 전화번호 02-954-6292. 도봉역을 나오는 출구중에서 국군창동병원쪽 3번 국도변으로 나오는 출구가 있다. 그 출구를 나오자마자 길 건너편을 보면 ‘스파니엘 캠브리지’ 우측으로 약간 비스듬한 골목이 있다. 그 골목 안으로 들어가다 길 우측에 있는 광신슈퍼마켓을 끼고 우회전을 하면 길 우측에 무수옥이 있다. 주차가능.

2. 메뉴 : 사진참조. 등심을 먹은 손님에 한해 국수를 1천원에 판단다.

3. 총평 : 30년 전의 동네 고깃집을 연상하면 딱이지 싶다. 설렁탕에 들어있는 고기도 제법 씹어주는 맛이 좋다. 파찌아빠는 만족스럽게 먹어줬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설렁탕을 먹어준다면 소금, 후추, 매운양념, 깍두기 국물 등을 아예 넣지 말고 뚝배기에 담겨 나온 그대로에 밥을 말아 김치, 깍두기와 함께 먹어주면 맛있다. 육회비빔밥을 먹어준다면 공기밥의 1/3쯤을 덜어 딸려 나온 설렁탕 국물에 말아먹고, 나머지 2/3만 육회에 비벼 먹으면 훨씬 만족도가 높다. 무채나물을 함께 넣어줘도 좋다. 첩보에 의하면 내장탕도 제법 먹어줄만 하단다. 등심을 먹어줄 작정이라면 매주 화요일에 고기가 새로 입고된다는 첩보가 있으니 화요일 저녁을 노리는 것이 좋겠다.


<파찌아빠 유비>

by 파찌아빠 | 2006/09/05 00:17 | 맛집순례 | 트랙백 | 덧글(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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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딸기아빠 at 2006/09/05 01:00
야심한 밤에 식욕땡긴다요.
황하탕면 마무리 잘 했는지...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0
두고보면 자연스래 알 일을 가지고 서두르시기는...에고 어서 까발리고 싶어라~
Commented by 민수아빠 at 2006/09/05 07:41
월요일, 즐거우셨습니까? ^^

이제 서울 동북부쪽 맛집이 집중적으로 발굴되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녁은 저도 설렁탕을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

하지만, 직장 근처엔 봉희와 이남장 분점들밖에 없는뎅...T_T
Commented by 안양사람 at 2006/09/05 12:21
민수아빠 혹시 선물옵션쪽 일하시는 분아닌가요?
Commented by 민수아빠 at 2006/09/05 12:50
헉...방금 누구신지 알아챘습니다. 곧 만나뵙고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1
잘들 해보드라고.
Commented by parkgenehyun at 2006/09/07 10:42
누구신데 그렇게 반가와하세요? 쭈쭈아빠.....
Commented by 팔색조 at 2006/09/05 08:58
오늘이 화욜이군요...무수골 하산길은 좋은데 큰길까지 한참을 걸어야만 한다지요.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2
그래서 찾는 이의 발길이 드물어 한적한 산행이 보장 된다지요.
Commented by 맛찾사 at 2006/09/05 09:48
쾌차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2
아직은 어정쩡한 상태랍니다.
Commented by 광팔이 at 2006/09/05 10:55
해장 설렁탕 무지땡긴다요...
에궁~~~ 머리 어지러 @@;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3
갈 길이 멀어 무진장 힘들었겠구만요.
Commented by 백팔번뇌 at 2006/09/05 14:33
자꾸 도봉산 갈 일이 늘어만 가네.
몸은 하난데 실속도 없이 바쁘기만 하구...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6
그래도 마눌씨가 함께 다니잘 때 부지런히 함께 다니시길...파찌엄마는 '산'의 'ㅅ'만 나와도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요. 부부가 걸음발을 맞춰 함께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무진장 부럽더만요. 하지만 도토리 삼총사는 부담스럽겠다요.
Commented by jmsunion at 2006/09/05 18:34
어제 잘 들어가셨는지요? 즐겁고 재미난 모임이었습니다. 몸 좀 추스리고 난 다음에 산행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그 때도 끼워주실거죠?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7
원정길이라 귀가길이 지루하셨겠구만요. 다음엔 환한 대낮에 솔바람이 부는 산 위에서 보자구요.
Commented by 루이 at 2006/09/05 19:31
무수옥은 설렁탕뿐아니라 생등심이 엄청나게 맛이있습니다. 제가 등심을 맛있게 먹는집 가운데 한곳이지요. 고기맛 좋다는 장위동 유성집과 맛이 비슷할 정도랍니다.
Commented by 파찌아빠 유비 at 2006/09/05 21:08
기대가 되는군요.
Commented by 민이 at 2006/09/06 23:53
어렸을때 갔던 기억이 나네요 아버지가 도봉구청에 계실때 할머니께서 중년아줌마셨을때 단골이셨다는데 (혹시나 해서 거실계신 아버지께 "저 어릴때 한번간 도봉동 근처에 설렁탕..." "아 무수옥?" 하고 바로 답벼 나오네요^^) 전 초딩때(80년대)한번 가본 기억이 나네요 맛도 기억못하지만 당시 할머님이랑 따님인지 며느님인지 함께 가게 하셨던 기억만큼은 나는군요...
Commented by 아리수 at 2006/09/08 11:01
15년전에 가보았던집이네요 음식맛이 좋았던집인데 멀리사니까
Commented by 은지아빠 at 2009/07/08 13:37
등심은 때에 따라 실패할 가능성이 있슴다.. 설렁탕 국물과 육회에 나오는 국물을 자세히 비교하면 좀 다릅니다. 육회에 나오는 국물이 좀 떨어진다는 말씀......파찌아빠님의 내공에 감사드리며....한군데 추천해 봅니다..장위동에 가면 태성집이(한우 안창살 전문) 있습니다...아는 사람들은 유성집 보다 태성집을 가지요...도가니탕 한그릇에 안창살 2인분(공기밥)이면 저희 세식구(딸내미 하나) 만족하게 먹고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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